
일요일 저녁, 집에서 영화 한 편 보고 싶어서 넷플릭스를 한참 뒤적였습니다.
넷플릭스에는 볼 영화가 정말 많은데, 막상 "오늘 뭐 보지?" 하고 고르기 시작하면 재미있는 영화 하나 선택하는 게 생각보다 쉽지 않더라고요. 그러다 눈에 들어온 이름이 바로 로버트 드니로(Robert De Niro).
저는 <위스퍼맨(The Whisper Man)>이 어떤 영화인지, 심지어 스릴러 영화인지도 모르고 보기 시작했습니다.
선택지가 너무 많아서 영화를 고르기 어려울 때 저는 종종 유명 배우가 출연하는 영화를 선택하는 편인데요. 개인적으로는 이렇게 골랐을 때 성공률이 꽤 높았습니다. 이번에도 결과적으로는 성공!!
영화가 시작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어둡고 섬뜩한 이야기가 펼쳐졌고, 마지막까지 마음을 조마조마하게 만들었습니다. 무엇보다 영화를 다 보고 난 뒤에도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는 것이 하나 있었습니다.
파란 장갑.
파란색 장갑을 낀 손이 이렇게 무섭게 느껴질 수 있다는 것이 놀라웠습니다.
넷플릭스 <위스퍼맨> 기본 정보
- 제목 : The Whisper Man
- 공개 : 2026년 8월 28일
- 장르 : 미스터리·범죄·스릴러
- 러닝타임 : 약 1시간 54분
- 감독 : 제임스 애슈크로프트(James Ashcroft)
- 출연 : 로버트 드니로, 미셸 모나한, 애덤 스콧, 해미시 링클레이터, 오언 티그 등
- 원작 : 알렉스 노스(Alex North)의 동명 베스트셀러 소설
- 스트리밍 : 넷플릭스
<위스퍼맨>은 알렉스 노스의 베스트셀러 소설 The Whisper Man을 영화화한 작품입니다.
단순한 연쇄살인범 추적 영화라기보다는 아버지와 아들, 가족의 상처, 과거의 살인사건이 현재의 사건과 연결되는 과정을 함께 다루는 미스터리 스릴러입니다.
위스퍼맨 줄거리|스포일러 없이
주인공 톰 케네디는 아내를 잃고 어린 아들을 키우고 있는 범죄소설 작가입니다. 그러던 어느 날 그의 어린 아들이 사라집니다.
아들을 찾기 위해 톰은 오랫동안 소원하게 지냈던 자신의 아버지에게 도움을 요청합니다. 그의 아버지 피터는 은퇴한 전직 형사.
그리고 과거 '위스퍼맨'이라고 불렸던 연쇄살인범을 체포했던 인물이기도 합니다.
문제는 이번 아이의 실종 사건이 수십 년 전 끝난 줄 알았던 위스퍼맨 사건과 이상할 정도로 닮아 있다는 것입니다. 이미 범인은 감옥에 있는데 비슷한 사건이 다시 벌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과거의 사건과 현재 아이의 실종 사이에는 어떤 연결고리가 있는 걸까요? 영화는 그 비밀을 하나씩 따라가면서 긴장감을 높여갑니다.
"파란 장갑이 이렇게 무서울 수 있구나"
이 영화를 보고 가장 강렬하게 남은 이미지는 단연 파란 장갑이었습니다. 영화를 보기 전까지 파란 장갑에서 공포를 느낄 거라고 누가 생각했을까요? 그런데 영화를 보고 나니 파란 장갑만 봐도 <위스퍼맨>이 생각날 것 같습니다. 특히 아이가 있는 집을 배경으로 사건이 전개되다 보니 단순히 범인을 쫓는 스릴러보다 훨씬 불안하게 느껴졌습니다.
잔인한 장면을 계속 보여주는 방식이라기보다는,
"혹시 무슨 일이 벌어지는 것 아닐까?"
하는 불안감을 계속 끌고 가는 영화였습니다. 그래서 러닝타임이 거의 2시간인데도 크게 지루하다는 생각 없이 끝까지 보게 되더라고요.
살인은 유전될 수 있을까?
영화를 보면서 흥미로웠던 부분 중 하나는 '살인자의 폭력성이 다음 세대로 이어질 수 있는가?'라는 질문이었습니다. 물론 영화를 보고 살인이 유전된다고 받아들여서는 안 될 것입니다. 하지만 <위스퍼맨>은 가족과 세대, 부모와 자식의 관계를 범죄 이야기와 연결하면서 이런 불편한 질문을 계속 던집니다.
부모와 자식은 어디까지 닮는 것인지,
폭력적인 성향이나 집착은 어디에서 시작되는 것인지,
그리고 한 사람의 범죄가 그 가족과 다음 세대에 어떤 흔적을 남기는지 생각하게 만들었습니다. 단순히 '연쇄살인범을 잡는 영화'에서 끝나지 않았던 이유이기도 합니다.
부모가 자기 자식에게 살인 충동을 느낄 수 있을까?
※ 이 부분에는 영화의 결말과 관련된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위스퍼맨>을 보면서 가장 충격적이었던 설정 중 하나는 부모가 자기 자식에게 살인 충동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영화 속 범인은 자신의 아들을 죽이고 싶은 충동을 가지고 있었지만, 차마 자기 아들을 죽이지 못합니다. 대신 그 충동은 아들과 비슷한 또래의 다른 아이들을 향하게 되고, 결국 끔찍한 연쇄살인으로 이어집니다.
처음에는 단순히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연쇄살인범의 이야기라고 생각했는데, 사건의 이면에 자신의 아들을 향한 뒤틀린 감정이 자리 잡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훨씬 섬뜩하게 느껴졌습니다.
그리고 영화의 마지막에는 더욱 아이러니한 상황이 펼쳐집니다. 성인이 된 아들 역시 살인을 저지르고 감옥에 들어오게 되고, 결국 아버지는 그토록 죽이지 못했던 자신의 아들을 직접 죽이게 됩니다.
저에게는 이 장면이 단순히 충격적인 결말이라기보다 영화 전체를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부분이었습니다.
자신의 아들을 죽이고 싶었지만 죽이지 못해 다른 아이들을 죽였던 아버지.
그리고 결국 살인자가 되어 돌아온 아들을 자신의 손으로 죽이는 아버지.
부모와 자식이라는 관계와 살인 충동을 이렇게 연결한다는 설정 자체가 상당히 낯설고 섬뜩했습니다.
영화를 다 보고 나서도 "처음부터 범인이 정말 죽이고 싶었던 대상은 누구였을까?"라는 생각이 오래 남았습니다.
살인자를 추종하고 그 물건을 수집하는 사람들
개인적으로 꽤 충격적이었던 설정이 또 하나 있었습니다. 바로 악명 높은 살인범에게 집착하고 그와 관련된 물건을 수집하는 사람들입니다.
처음에는
"정말 이런 사람이 있다고?"
싶을 정도로 기괴하게 느껴졌습니다.
범죄 자체를 두려워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범죄자에게 비정상적인 관심을 가지고 그와 관련된 물건에 가치를 부여하는 사람들도 있다는 설정이 영화의 섬뜩한 분위기를 더욱 강하게 만들었습니다.
특히 이런 요소가 위스퍼맨이라는 존재를 단순히 한 명의 범죄자가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까지 영향을 미치는 일종의 어두운 상징처럼 느껴지게 했습니다.
로버트 드니로 때문에 골랐는데…
제가 이 영화를 선택한 가장 큰 이유는 사실 아주 단순했습니다. 로버트 드니로가 나왔기 때문입니다.
스릴러인지도 모르고 선택했는데 결과적으로 꽤 재미있게 봤습니다.
로버트 드니로는 과거 위스퍼맨 사건을 담당했던 은퇴한 형사이자 주인공의 아버지 피터 윌리스 역을 맡았습니다. 나이가 든 전직 형사의 무게감과 아들과의 복잡한 관계가 범죄 수사와 함께 이어지면서 단순한 연쇄살인 스릴러보다 이야기에 깊이를 더해줍니다.
미셸 모나한과 애덤 스콧 등 익숙한 배우들이 함께 출연하는 것도 보는 재미가 있었습니다.
공포영화보다는 미스터리 스릴러에 가깝다
제목이 <위스퍼맨>이라 처음에는 공포영화처럼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실제로 영화 전체의 분위기는 상당히 어둡고 섬뜩합니다. 하지만 직접 보고 난 느낌으로는 전형적인 귀신이나 초자연적 현상이 등장하는 호러 영화보다는 연쇄살인 사건을 추적하는 범죄·미스터리 스릴러에 더 가까웠습니다.
그래서 공포영화를 별로 좋아하지 않더라도 범죄 스릴러나 추리물을 좋아한다면 비교적 재미있게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원작 소설이 있는 영화
영화를 보고 찾아보니 <위스퍼맨> 역시 원작 소설이 있는 작품이었습니다. 영국 작가 알렉스 노스(Alex North)의 동명 베스트셀러 소설을 바탕으로 제작됐다고 합니다.
지난번에 본 <The Woman in Cabin 10>도 원작 소설이 있는 영화였는데, 요즘 제가 우연히 고르는 넷플릭스 스릴러마다 책이 먼저 있었네요. 영화를 재미있게 보셨다면 원작에서는 인물의 심리와 사건을 어떻게 표현했는지 비교해서 읽어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직접 본 후기|재미있을까?
아무 정보 없이 로버트 드니로 이름 하나 보고 선택한 영화였는데 저는 나름 재미있게 봤습니다. 영화가 시작되고 나서는 다음에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몰라 계속 마음을 조마조마하게 만들었고, 마지막까지 긴장을 크게 놓지 않고 볼 수 있었습니다.
특히 영화를 다 본 뒤에도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는 파란 장갑.
그 평범한 파란색이 이렇게 공포스럽게 기억에 남을 수 있다는 것이 놀랍더라고요.
단순히 범인을 찾는 과정뿐 아니라 부모와 자식의 관계, 세대를 통해 이어지는 폭력, 살인범에게 집착하는 사람들의 심리 등 생각해 볼 만한 소재도 여러 가지 있었습니다.
일요일 저녁 가볍게 영화 한 편 보려고 시작했다가 생각보다 꽤 몰입해서 봤네요.
넷플릭스에서 볼 만한 스릴러 영화를 찾고 계시거나, 로버트 드니로 출연작 또는 연쇄살인·미스터리 장르를 좋아하신다면 <위스퍼맨(The Whisper Man)>도 한번 보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다만 어린아이와 함께 보는 가족영화라기보다는 어른들이 보는 스릴러 영화에 가깝습니다.
그리고 혹시 영화를 보신다면…
파란 장갑을 기억해 보세요.
저처럼 영화가 끝난 뒤에도 계속 생각날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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